에코사이드로 가는 길(햇빛발전을 반대하는 공공기관의 인식 사례)

에코사이드로 가는 길
햇빛발전을 반대하는 공공기관의 인식 사례

 
 

※ 이 글은 태양의학교 2022년 봄회보에 실렸습니다.
※ 이 글에서 ‘태양광발전’과 ‘햇빛발전’이라는 용어는 같은 뜻으로 사용하였으며 혼용하였습니다. 공공기관의 문서에서는 ‘태양광발전’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글쓴이는 ‘햇빛발전’을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에 대한 방역지침이 대폭 해제되면서 일상회복을 기대하는 요즘이지만,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 소식에 마음이 무겁다. 러시아가 체르노빌을 점령했다는 소식에 체르노빌 핵발전소 위험은 일촉즉발이라는 경고가 나왔고,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지 근처에 위치한 유럽 최대 핵발전소가 지난 3월 4일(현지시각) 새벽에 화재가 발생해 방사능 참사가 우려된다는 소식도 들렸다.

 

기후변화는 인류 생존을 위협한다. 안타깝게도 이제 시작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절박한 생존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핵발전 정책을 다시 적극 추진하겠다는 차기 정부의 포부는 숨이 막힐 만큼 아찔하다.

 

이 와중(渦中)에 수서역 북 공영주차장 햇빛발전소 설치에 대한 강남구청의 ‘부작위위법확인’1)2) 소송은 대법원이 심리 불속행3)4)5) 기각(2022년 4월 14일)하면서 “짓지 마!”로 결론 났다. ‘서울고등법원 말이 맞음. 더 이상 법원에 묻지 마셈!’이라는 뜻이다.

1)  부작위위법확인의 소는 행정청이 당사자의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에 기한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신청을 인용하는 적극적 처분 또는 각하하거나 기각하는 등의 소극적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응답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행정청의 응답을 신속하게 하여 부작위 또는 무응답이라고 하는 소극적 위법상태를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출처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www.law.go.kr, 2022.04.30.최종확인)
2)  쉽게 말하면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3)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상고심절차(上告審節次)에 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대법원이 법률심(法律審)으로서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확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출처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www.law.go.kr, 2022.04.30.최종확인)
4)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제4조 (심리의 불속행) ①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인정하면 더 나아가 심리(審理)를 하지 아니하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棄却)한다.(출처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www.law.go.kr, 2022.04.30.최종확인)
5)  쉽게 말하면, 대법원이 재판을 더 진행하지 않고 사건을 끝내겠다는 뜻이다.

 

수서역 북 공영주차장 햇빛발전소는 2018년 5월 16일 「서울특별시공고 제2018-1236호」를 통해 ‘서울시 소유’인 수서역 공영주차장에 햇빛발전소를 설치겠다고 시민에게 제안서를 받아 추진하였으며6), 공모에 선정된 시민참여형에너지협동조합(이하 시민에협)들은 2018년 9월 18일 서울시장과 협약을 체결하였다. 시민에협들은 서울시장과 2019년 4월 16일부터 10년간 부지 임대계약을 맺고 임대료를 납부하였고, 2019년 6월 20일 발전사업허가 7)도 받았다. 서울시에서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시민에협들은 2019년 7월 12일 강남구청에 공작물축조신고8)를 하였다.

6)  「“햇빛발전협동조합 지원 활성화를 위한” 태양광발전사업 제안서 공모」는 협동조합 기본법 제10조(국가 및 공공단체의 협력 등), 서울특별시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조례 제4조(시장의 책무), 협동조합 햇빛발전 사업 지원계획(시장 방침 제234호, 2013.08.25.)을 근거로 “서울시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공공시설 유휴부지를 활용한 100kW 이하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 민간자원 연계(협동조합 지원) 적극 추진, 협동조합 참여 활성화로 시정사업에 대한 민·관 협력체계 구축 및 공공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동조합에 실질적 지원책 마련”을 위해 추진하였다.(출처 : 서울시 공문 「녹색에너지과-12429」, 2018.05.11.)
7)  태양광발전설비용량 3,000kW 이하인 경우 태양광 발전사업허가는 지자체(수서역 북 공영주차장 햇빛발전소 경우 서울시)에 권한이 있다.(출처 :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 https:// recloud.energy.or.kr/process/sub1_1.do, 2022.04.40.최종확인)
8)  태양광발전설비용량 3,000kW 이하인 경우 개발행위허가(공작물축조신고 포함)는 기초지자체(수서역 북 공영주차장 햇빛발전소 경우 강남구청)에 권한이 있다.(출처 :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 https:// recloud.energy.or.kr/process/sub1_1.do, 2022.04.30.최종확인)

 

그러나 강남구청은 납득할만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4차례에 거쳐 보완을 요구하며 12월까지 공작물축조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시민에협들을 뺑뺑이 돌리는 한편으로 개발가능성과 환경오염, 민원발생을 이유로 햇빛발전소 설치를 반대한다고 서울시에 전하였다.

 

이에 서울시는 기후변화 대응 측면, 도시계획 및 환경적 측면 민원발생 측면을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강남구청에 협조를 요청하며, “본 사업은 사업 시행자가 시유지에 재산관리부서(주차계획과)의 공유재산 사용 수익 허가(2019.5.14.)를 받고 서울시 에너지조례에 따라 대부료를 납부하고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회신하였다. (「수서역 북 공영주차장 공작물 축조신고 협의관련 협조요청」, 「녹색에너지과-31963」, 2019.12.11.)

 

지난한 시간이 흘렀지만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시민에협들은 기후위기대응과 에너지전환이 시급한 시기에 갑질을 휘돌리는 강남구청 행태에 대응하고자 강남구청의 부작위에 대한 위법확인 소송을 시작하였다. (서울행정법원에 소장 접수, 2020년 3월 31일)

 

소장을 접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놀랍게도 햇빛발전소 설치를 막던 강남구청은 2020년 6월 5일 전국 226개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이 참여한 ‘대한민국 기초지방정부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이름을 올리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언하는 자기모순에 빠졌다.


(출처 : 「대한민국 기초지방정부 기후위기비상선언」서명 목록, 2020.6.5.)

 

지리적 환경적 사회적 특성을 고려하여 서울지역에 가장 적합한 재생에너지 중 햇빛발전보다 더 효과적이고 시민접근성이 좋은 재생에너지원이 또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에서는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이름을 올리고 뒤에서는 햇빛발전을 반대하는 행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2021년 1월 21일 서울행정법원은 수서역공영주차장(서울시유지) 태양광발전소 공작물축조신고를 반려 처분한 강남구청에 대해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 선고하였다.

 

 

그러나 강남구청은 이 판결에 대해 2021년 2월 4일 항소장을 제출하였다. 2021년 2월 2일 박진 국회의원(국민의힘 강남을), 김현기 전 서울시의원을 비롯해 지역 구의원과 관련 공무원들이 참석한 구정간담회에서 수서역공영주차장을 도시계획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고 이틀 뒤 항소장을 제출한 것이다.

 

이는 아직 계획이나 검토 공문도 없는 유령의 도시계획사업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과 그린뉴딜 사업의 핵심인 햇빛발전을 막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재해, 미세먼지 공포에서 벗어나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되찾기 위한 시민들의 절박한 노력을 갑질(공권력)로 막으려는 행태이다.

 

강남구청의 항소에 대해 2021년 12월 1일 서울고등법원은 “강남구청 말이 맞음. 햇빛발전은 위험함!”이라고 판결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이 ‘태양광발전시설은 위험하다’라고 판시하였지만 판결문에는 햇빛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근거나 자료가 없다. 강남구청은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 변론 과정에서 햇빛발전시설 위험성에 대한 판단 근거나 자료를 제출한 적이 없고, 변론일에 결석하는 경우도 여러 번이었다. 즉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지도 않았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가능성이 존재한다’, ‘단정하기도 어렵다’,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햇빛발전은 위험해’라고 판결하는 법조인은 ‘전자파와 오염물질 때문에 피해를 초래하는 핸드폰을 포함한 모든 전자제품을 지금 당장 폐기하고 생산을 금지하라고 판결하고 싶을까.

 

이에 반가운 마음으로 ‘일부 협동조합 특혜’ 운운하며 가짜뉴스를 만들고 자료를 조각내어 통계를 비트는 언론의 저급한 아집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서울시 소유 부지에 시민이 제안한 햇빛발전소를 짓겠다고, 서울시가 공모하고 발전사업을 허가하며 임대료를 받은 일련의 과정은 시민에협의 무력행사나 억지로 추진된 것이 아니다. 서울시 스스로 추진하였고, 시민들에게 참여하라고 요청한 일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은 분명한 세계 흐름이다. 기후위기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려는 국가의 노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이다.

 

수서역 북 공영주차장 햇빛발전소는 2015년 파리협약(대한민국 조 약 제2315호)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부합하고 있다. 극도로 낮은 서울의 전력 자급률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추진한 <태양의 도시, 서울> 종합계획에 근거하며, 설치가능한 공공시설에 100%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다는 서울시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 재생에너지 확대는 서울시의 독자적인 판단이 아니라, 「유엔기후변화협약」(대한민국 조약 제 1213호),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신재생에너지 보급 촉진법」, 「파리협약」(대한민국 조약 제2315호),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른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과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기본법」등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조약과 국내법 체제에 따른 것이다.

 

추가 사례를 언급하면, 「서울특별시공고 제2021-60호」(2021년 1월 12일)가 있다. 서울시 공공부지인 지축차량기지와 서남물재생센터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겠다며 시민 제안서를 공모하는 공고이다. 선정결과는 2021년 3월 12일 문자로 개별 통보하였다. 선정 결과를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개하지도 않았다. 이후 협약도 체결하지 않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문의해도 답변도 없이 어물쩍 질질 끌다가 2022년 2월 24일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통보하였다.

 

서울행정법원 판결 선고일은 2021년 1월 21일, 서울고등법원판결 선고일은 2021년 12월 1일이었다. 「서울특별시공고 제2021-60호」는 2021년 1월 12일이었고, ‘없던 일’로 통보한 간담회는 2022년 2월 24일이었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는 2021년 4월 7일이었고,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선거는 3월 9일이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수장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내 해석은 작위적 오해일까? 적절한 분석일까? 지금 서울시장의 의지와 차기 중앙정부의 포부는 거꾸로 가는 정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Ecocide(에코사이드)9)로 가는 길 어디쯤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서울 살기 참 힘들다.

9)  Ecocide(에코사이드)란 Echo(환경)와 Genocide(집단 학살)을 합친 신조어로 생태계를 대규모로 파괴하는 행위를 뜻한다. 냄비 속에서 뜨뜻한 온천을 즐기다가 결국 삶아지는 개구리처럼, 기후위기가 발 등에 떨어졌는데도 무언가에 눈이 멀어 인류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행위이다. 나쁜 자원과 나쁜 에너지를 흥청(興淸)거린다. 흥청에 따른 뒤처리를 하지 않는 행위도 이에 포함될 것이다. 망청(亡淸)이 멀리 있지 않다.